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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세상이 워킹맘 가족에게 기대하는 것들_중앙일보 2015.9.19일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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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주형
작성일15-11-07 00:00 조회2,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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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세상이 워킹맘 가족에게 기대하는 것들 <!-- e:post_title_for_opms_nochange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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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중앙일보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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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아이가 있다. 유치원 다닐 때 동네 문방구에서 인형을 훔치다 걸렸다. 문방구 주인이 “나도 애 키우는 입장”이라며 몇 번은 봐줬다. 하지만 자꾸 반복됐고 결국 파출소까지 갔다. 학교에 들어가니 담임교사가 보호자를 불렀다. 엄마 대신 이모가 갔다. 담임은 “아이가 친구와 자주 싸운다”며 “어머님은 언제 한 번 뵐 수 있느냐”고 물었다.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의 주인공인 최영진(김희애 분) 강력1팀 팀장의 딸 하은이 이야기다. 엄마 최 팀장은 아주 유능한 형사다. 마약 밀매조직을 소탕하고 재벌 2세의 범죄 은폐 시도도 멋지게 막아 낸다. 하지만 딸의 문제 행동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교사의 호출 신호도 무시했다. 직업적 근성과는 딴판이다.

 ‘미세스 캅’의 기획 의도에는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그린다”고 돼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삶에서 ‘엄마’란 자리는 이름뿐이다.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중인 ‘미세스 캅’을 보면서 ‘세상이 기대하는 워킹맘상(像)’이 어떤 건지 새삼 깨닫는다. 세상은 워킹맘이 일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세상의 기대대로라면 워킹맘의 가족도 ‘일하는’ 엄마에게 최적화돼 있어야 한다.

 드라마 속 최 팀장 가족이 그렇다. 남편과는 일찍 사별했고, 친정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다. 챙길 가족이 없으니 신경 써야 할 집안 대소사도 없다. 딱 하나 있는 동생은 자신의 취업 준비를 뒤로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았다.

 세상은 워킹맘의 아이에게도 엄마 일에 방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최 팀장이 일 많은 강력계로 발령받은 뒤 고민할 때 초등 1학년생 하은이는 “나도 이제 바빠서 엄마랑 놀 시간이 없다”며 엄마 마음의 짐을 덜어 줬다. 정말 이럴 수 있는 걸까. 소아정신과 전문의 노경선 박사에게 물었다. “여덟 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생각’만으로 절대 정서적인 만족을 느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안아동발달연구소 최해훈 소장도 “엄마로부터 보호받고 배려받아야 하는 어린아이가 도리어 엄마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역할 전도’ 현상은 위험하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불안·우울 등 정서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킹맘이 행복하 려면 일·육아 모두를 잘해야 한다는 ‘수퍼 우먼’ 욕심을 버려야 한다. 워킹맘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일 터다. 워킹맘에게 가족은 일하는 이유와 보람이 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일에 걸림돌이 된다. 가족이 일에 도움만 되리란과잉 기대를 충족시키려다 보면 워킹맘과 그 가족의 삶이 안으로 곪을 수 있다. 드라마가 퍼뜨리는 ‘수퍼 패밀리’ 판타지가 걱정되는 이유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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